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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J박사와 L장로)

C장로 0 790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J박사와 L장로 

                                                           

  12월 25일, 성탄절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세상 죄를 대속하기위해 이 땅에 오신 날입니다. 그러나 이 날은 예수를 닮은 어느 한국인이 이 땅을 떠난 날이기도 합니다. 성산 장기려 박사, 그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 안빈의 실제 모델이자 ‘한국의 슈바이처’로 추앙받던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간 대량절제 수술, 국내 최초의 의료보험조합 도입 등 한국 의료사에 무수한 족적을 남겼지만 언제나 그는 낮은 자리에서 어려운 환자들과 함께했습니다. 출세가 보장된 경성의전 교수 자리를 거부하고 평양의 작은 병원에서 인술을 펼쳤습니다. 평생 집한 채 없이 병원 사택에서 살았지만 자신의 월급을 털어 피를 사서 가난한 환자들을 수술대에 오르게 했습니다. 겨울에는 그들에게 내의를 사 입히고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환자들은 야밤에 탈출시켰습니다. 고신대 부산복음병원을 퇴임한 이후에도 사재를 털어 무의촌 진료를 다녔습니다. 

  그는 6,25 전쟁으로 남하하면서 북에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두고 온 것을 일평생 후회하며 살았습니다. 재혼을 권유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결혼은 오직 한번 하는 것”이라며 수십 년 세월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1991년, 미국의 친지를 통해 꿈에도 그리던 아내의 편지와 가족의 사진을 받았으나 결국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1995년, 그가 운명했을 때 침대 머리맡에는 젊은 날의 아내와 80대 아내의 모습이 담긴 두 장의 사진만 있었다고 전합니다.

  일찍이 춘원 이광수가 ‘당신은 성자가 아니면 바보요.’ 라고 했던 장기려 박사,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일평생 사랑을 실천했던 장기려 박사, 그가 남겨 준 ‘내려놓음’의 가르침은 오늘도 삭막한 우리들 영혼에 단비로 내리고 있습니다.  

   “밤에 뒷문 열어 놓을 테니까. 그냥 살짝 도망치세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모내기 철 다 됐는데 빨리 가서 일해야 가족이 먹고 살게 아니오.”

   병원비를 내지 못해 애태우던 가난한 농부의 눈에는 마침내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참으로 바쁘고 할 일 많은 세상입니다. 그래도 잠시만 쉬어갈 때가 있거든 우리는 이 시대의 성자 장기려 박사의 위대한 사랑과 지극히 작은 자들의 두 볼을 적셨던 눈물의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제는 몹시 추웠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참으로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칠순잔치에 소를 잡는 대신 교회에 버스를 기증하겠다는 이장로님의 성탄선물이 엄동설한 한파를 저만치 비켜서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장로님의 베품과 내려놓음이 교우들 저마다의 가슴속에 남아있던 ‘차이의 문제’를 봄눈처럼 녹였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돈은 사람에게 혈맥 같은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크건 작건 물질로 베푸는 것은 나의 핏줄을 잘라서 나누어 주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저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노랫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가난한 환자를 도망치게 한 이 시대의 성자 장기려 박사, 교회의 작은 빈틈까지 사랑의 온기로 채우시는 이문식 장로님, 오랜만에 꽃보다 아름다운 두 분을 위해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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