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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의 말씀

교육위원회 3 835

   몇 해 전 대학원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아주 난해한 박사논문 요약을 과제로 제시한바 있었습니다. 내심 부담스런 표정들이었죠. 하지만 종강 후, 덕분에 좋은 글을 읽었다는 메일을 받고 ‘아! 글이란 억지로 읽혀도 좋은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을 우연히 만날 수 있듯이 우연한 기회에 읽은 책 한권이 아니 심지어 누구의 소개나 강요에 의해 읽은 책 한권이 삶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캠프 틈틈이『차이의 존중』이란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한국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정초에 저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 교회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즉, 좋은 글을 서로 나누어 읽는 작지만 깊은 교회를 원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 보름정도만 지나면 독서의 계절, 가을로 접어듭니다.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결에 귀뚜라미 노래소리 귓전을 울리고 에메랄드 빛 푸른 하늘아래 코스모스  만발하는 그런 가을이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는 2007년의 가을을 우리 교회가 조용한 독서운동을 시작하는 소망의 계절, 교회의 문화적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아름다운 계절로 함께 하시기를 제안합니다. 혹자는 책을 읽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책 읽지 않는 교인들의 교회에서 참 소망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가족 캠프를 통해 우리 교회의 약동하는 젊은 에너지를 목격하고 교회의 푸르른 내일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런 젊은 힘들을 다듬고 키우는 것은 독서를 통해 지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 밖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같은 독서운동을 교회교육위원회의 이름으로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가칭 ‘독서 릴레이(Book to Book Campaign)’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신이 선택한 책을 먼저 읽고 독서후기와 함께 교우 가운데 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릴레이 방식입니다. 물론 받는 사람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 가능하면 전하는 사람도 책값의 부담이 없는 새 책이면 좋겠습니다. 또 반드시 종교서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부담이 안 간다면 여러 사람에게 전할 수 도 있고 받을 수 도 있다고 봅니다.


   2. 책을 받은 사람은 독서 후 간단한 ‘독서후기’와 함께 교회에 기증하고 다시 다른 책을 선정하여 읽고 자신의 독서후기와 함께 (1)과 같은 방식을 반복하면 됩니다. 가능하면 (1),(2)의 독서후기는 모두 200자 원고지 5매 분량 내외로 하되 교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사이버 교회인 홈페이지를 돌보는 일이 되고 이 프로그램의 성과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교우들에게 골고루 참여의 기회가 돌아가는지 살필 수도 있습니다. 


   3. 교육위원회는 2가지 역할을 담당합니다. 먼저, 우수한 독서 후기를 영상글로 전 교인들에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인들의 자아실현을 통해 참여목회를 이루는 길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기증받은 도서목록을 게시하고 보관, 대여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아동도서와 함께 도서실이 제대로 된 도서공간으로 점차 탈바꿈하게 될 것입니다.  

   

   솔직히 누구랄 것도 없이 날마다 바쁜 일상에 내몰리다보면, 한 달에 책 한권 제대로 읽기조차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좋은 책은 서로 권하고 함께 나누어 읽을 때 더욱 가치 있는 지적 경험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이번 제안이 교인들의 문화적 소양을 높여 영적성숙에 소중한 바탕이 되고 나아가 교회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 같은 독서 프로그램의 작은 첫걸음이, 또 나의 책 한권이 우리 교회가 장차 한국교회 최고의 도서관을 이루는 일에 작은 벽돌 한 장이 되고, 그 비전을 공유하는 출발점에 동참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007, 8, 16  광성교회 교육위원회    

 

3 Comments
임보순 2007.08.16 15:57  
좋은 의견 전적으로 동감하며 많은 지체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석순 2007.08.16 18:09  
^^가끔 장로님께서 책장을 넘기며, 조용히 산책하듯 걸으며 사색에 잠기시곤 하시던데요
참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하고요. 젊은 저희들을 공감하고, 선배님들의 인생담도 듣고... 책을 통하여 덤으로 얻는게 너무 많을 것 같습니다.
황정욱 2007.08.17 10:03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것이 독서 권장인것 같습니다.
장로님의 뜻에 찬사와 응원을 보냈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