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부

겟세마네의 기도

이희남 0 587

밤이 깊다.

침묵이 깊다.

익숙한 제자들의 발자국 소리조차

오늘밤은 낯설다.

당하고 싶지 않은 일

가고 싶지 않은 길

지고 싶지 않은 십자가

피하고 싶은 죽음

그러나 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

그래도,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내내 이를 악물고 되뇌인다.

'할 수만 있다면......'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다.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기에

얼마나 큰 수모와 아픔을 당해야 할지를 알기에

피하고 싶다.

"얘들아, 너희들은 여기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렴."

연약한 제자들에게라도 의지하고픈 마음

위로받고 싶은 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지금 주님이 어디로 가고 계신지.

홀로 기도할 수밖에 없다.

끝까지 매달려 볼 수밖에 없다.

땀방울이 떨어진다.

핏방울이 떨어진다.

두려움이.....

떨어진다.

이렇게 다

모든 걸 다  쏟아 내고서야

비로소 하늘을 우러러볼 수가 있다.

"나의 원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마침내 새벽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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