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세마네의 기도
이희남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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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5 23:04
밤이 깊다.
침묵이 깊다.
익숙한 제자들의 발자국 소리조차
오늘밤은 낯설다.
당하고 싶지 않은 일
가고 싶지 않은 길
지고 싶지 않은 십자가
피하고 싶은 죽음
그러나 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
그래도,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내내 이를 악물고 되뇌인다.
'할 수만 있다면......'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다.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기에
얼마나 큰 수모와 아픔을 당해야 할지를 알기에
피하고 싶다.
"얘들아, 너희들은 여기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렴."
연약한 제자들에게라도 의지하고픈 마음
위로받고 싶은 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지금 주님이 어디로 가고 계신지.
홀로 기도할 수밖에 없다.
끝까지 매달려 볼 수밖에 없다.
땀방울이 떨어진다.
핏방울이 떨어진다.
두려움이.....
떨어진다.
이렇게 다
모든 걸 다 쏟아 내고서야
비로소 하늘을 우러러볼 수가 있다.
"나의 원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마침내 새벽이 오고 있다.